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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달문, 화서문. 장안문... 수원에 사는 사람들이라면 늘 친숙한 장소인 이 성들은 우리나라의 자랑스러운 문화유산인 화성을 이루는 주요 성들이다. 화성을 구성하는 다양한 장소, 다양한 모습의 성들은 수원 사람들이 지인을 만나는 장소이기도 하고, 주요 요지에 가기 위한 주요 대중교통노선이기도 하고... 수원 사람들 삶속의 일부가 되어버린 곳들이다. 그런데 화성은 유네스코에 등재된 우리나라의 위대한 문화재이다. 초등학교 사회 시간 우리지역의 문화에 대해 배우는 시간에 수원화성에 대해 조사하며 자랑스러워했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밖에 나가면 자주 보는 곳인데 잠시 화성의 가치에 대해 잊고 있었던 거 같다. ‘가까운 집은 깎이고 먼데 절은 비친다.’라는 속담이 생각났다. 가까운 데 있는 것은 너무 친숙하여 좋게 보이지 않고 멀리 있는 것은 훌륭해 보인다는 의미이다. 그래서 아름다운 꽃의 계절 봄을 맞이하여 수원화성을 둘러보기로 하였다. 형형색색의 아름다운 꽃들이 만발한 화성은 또 다시 봄이 왔음을 느끼게 해 주었다.
화성은 정조가 군사적으로는 적의 침입으로부터 안전을 유지하고, 이전한 아버지의 묘소를 보호하며, 당쟁에 의한 당파로부터 강력한 왕권을 바로 세우고자 건설되었다. 또한, 중국이나 일본 등지에서 찾아볼 수 없는 평산성의 형태로 군사적 방어 기능과 상업적 기능을 함께 보유하고자 하였다. 조선은 원래 평성을 선호했는데 평성은 적의 침략에 매우 취약하여 전쟁 시 평성을 포기하고 산성으로 옮겨가게 된다. 정조는 이 둘을 합해서 화성에 실현시킨 것이다.
화성은 건축사적으로도 의의가 매우 크다. 정조의 주도로 정약용을 비롯한 당대 학자들의 충분한 연구와 치밀한 계획에 의해 동서양 축성술을 집약하여 화성이 건축되었다. 성의 구조를 보면, 자연 지세를 이용해 바깥쪽 성벽을 돌로 쌓아 올리고, 안쪽은 차츰 작은 돌로 채우고 흙으로 덮어 다지는 축성술로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성곽을 만들었다. 또한, 실학사상의 영향으로 거중기를 발명하여 성곽을 쌓는데 사용하였고, 목재와 벽돌, 석재를 혼용하여 조화를 이룬 축성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
또한 화성은 기록으로서의 큰 역사적 가치를 남겼는데, 축성 후 발간된 "화성성역의궤" 가 그것이다. 이곳에는 축성 계획, 제도, 법식뿐 아니라 동원된 인력의 인적 사항, 재료의 출처 및 용도, 예산 및 임금 계산, 시공 기계, 재료 가공법, 공사 일지 등이 상세히 기록되어 있어 건축사에 큰 발자취를 남기고 있다. 전쟁으로 파괴된 화성이 옛날의 모습을 되찾을 수 있었던 것도 이 기록 덕분이다.
정조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좋은 땅을 선별하여 아버지의 묘를 이전하고, 묘 가까이에서 효를 실천하고 적의 침입⦁정치적 위협으로부터 시민들을 안전하게 지켜주며, 시민들이 경제적으로 안정적으로 살 수 있는 도시를 건설하고자 화성을 건설하였다. 지금도 수원 갈비는 유명한데 그것은 정조가 농가에 소를 대여해주어 소시장이 커진 결과로 만들어진 것이라고 한다. 화성의 구조, 지어진 위치, 방법, 재료 등에 이러한 정조의 철학과 신념이 배여 있다. 수원은 면적 121.14㎢로 큰 도시는 아니다. 오랜 시간이 흘렀어도 변함없이 견고하고 온화한 모습을 지켜온 다양한 형태의 성들의 모습처럼 수원사람들은 다양한 경제활동을 통해 안정된 삶을 영위하고 희노애락을 경험하며 살고 있다. 수원시민들이 오랜 시간동안 자연과 공존하며 수원시민으로서 긍지를 갖고 꿈을 이루며 발전해 온 모습을 보면 정조가 이루고자 했던 누구도 위협하지 못하는 평화로운 도시의 모습이 바로 이런 것이 아니었을까?
다시 찾아온 반가운 화성의 봄은 또 다시 새로운 시작을 알려준다. 화성의 훌륭함을 잊고 있었다는 것에 부끄러웠지만 익숙함 속에 다양한 경쟁과 도전이 존재하는 것, 즐겁고 의미 있는 추억이 쌓여가는 것! 이것이야 말로 진정한 평화가 아닌가 싶다. 너무 편안해서 지루한 것과는 다른, 너무 치열해서 잊고 지내는 것과는 다른...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