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한국의 막걸리는 처음 마시는데요. 막걸리 소문은 일찍이 듣고 있었지만 이렇게 서울에서 맛을 보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맛이 정말 좋아요.”

지난 6일, 서울 종로 광장시장을 관광 차 들른 중국인 황유푸(26) 씨가 막걸리를 맛보면서 이 같은 소감을 말했다. 황 씨는 광장시장에서 사온 김밥에 막걸리를 곁들이니 더 맛이 있다며 일행들에게도 연신 시음을 권했다. 갑자기 접한 막걸리 시음에 관심을 보이던 일행들은 흥미로운 표정을 지으며 한 모금씩 맛을 보기 시작했다.일부 중국인은 막걸리의 향과 맛에 반해 연거푸 들이키는 모습도 보였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4일부터 나흘간 서울 종로 광장시장 동문 입구에서 막걸리 시음 행사를 가졌다. 외국인 관광객이 자주 들르는 길목에서 막걸리 홍보 차 마련한 행사이다. 마침 중국 황금연휴인 국경절 기간(10월 1일~7일)과 겹치면서 한국을 찾는 중국인 관광객(요우커)들을 겨냥한 홍보 행사이기도 했다.

지난 6일, 서울 종로 광장시장에 마련된 중국인 관광객을 위한 막걸리 시음회에서 중국인들이 막걸리 맛을 보고 있다.

막걸리 시음 홍보 행사에는 중국인 관광객은 물론 일본인 등 외국인들도 다수 참가했다.

시음 행사에는 대한민국 우리술 품평회 수상작을 비롯해 전국8도의 다양한 막걸리를 전시해 시음하는 외국인은 물론 오가는 내국인들의 시선을 끌었다. 이날 시음행사에는 중국인 관광객들이 주로 참가했지만, 다른 외국인 관광객도 많았다. 한 일본인 관광객은 “한국의 막걸리는 이제 일본에서도 꽤 알려진 술이다. 특히 미용과 건강에 좋은 술”이라며 막걸리의 효능을 강조했다.

또 한 미국인은 “막걸리는 효소 식품으로서 특히 김치, 두부와 잘 어울리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막걸리의 우수성은 세계적으로도 잘 알려진 편”이라고 말했다. 시음 행사를 지켜보던 내국인 권복영(73) 씨는 “우리 전통주를 외국인들에게 알리는 시음회는 정말 잘했다.”며 시음회를 반겼다. 황 씨는 이어 “몇 해 전 중국 장강 근처를 여행할 때 중국인들이 막걸리와 유사한 것을 일부러 만들어 먹는 것을 봤는데 맛이 별로였다. 우리 막걸리를 그들에게 권하고 싶었다”며 “우리 막걸리의 맛은 중국에서도 충분히 통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시음회 현장에는 대한민국 우리술 품평회 수상작을 포함해 전국 8도 막걸리가 전시돼 눈길을 끌었다.

중국인 관광객은 다른 외국인에 비해 막걸리에 대한 인지도가 비교적 낮은 편이었다. 중국인들이 서로 시음을 권하고 있다.

 
이날 막걸리 홍보요원으로서 참가한 중국인 유학생 왕시지아(22) 양은 “중국인들은 마호타이 같은 술을 대부분 좋아하고 있지만 이제는 젊은 여성들 중심으로 알코올 도수가 약하고 미용에 좋은 막걸리 같은 술을 선호하는 것 같다.”며 시음회에 들른 중국인들의 반응을 전했다.

막걸리 홍보요원인 중국인 유학생 장징요웅(26) 씨는 “시음을 한 많은 중국인들이 ‘막걸리는 주스 같은 모양과 맛을 풍기고 있다.’며 호기심을 보였다.”고 말했다.

막걸리 홍보에 나선 도우미들. 오른쪽부터 장징요웅, 왕시지아는 중국인으로 한국인 유학생들이다.

 
농림축산식품부가 막걸리 홍보 시음회를 광장시장으로 한 것은 이곳의 전(煎)과 연계한 막걸리 체험이 외국인들 사이에 널리 알려졌기 때문이다. 실제 시음회가 있는 날에도 광장시장 내 먹거리존(Zone)에는 12시가 채 안된 이른 시간인데도 빈대떡과 막걸리를 주문해 먹는 외국인들이 상당수 있었다.

한편, 막걸리 홍보 시음 행사는 이미 서울 명동과 제주도, 경주 한류드림페스티벌에서 한차례 열렸으며, 남이섬(10월 25일~28일) 시음 행사도 준비중이다. 농축산식품부는 시음 행사를 계기로 광장시장 등을 외국 관광객들이 한국의 전통식품 중 막걸리와 전을 만나볼 수 있는 필수 관광코스가 될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제주도에서 개최된 막걸리 시음 행사에서 한 중국인 관광객이 막걸리를 시음하고 있다.(사진=농림축산식품부)

지난 4일, 오후 이동필 농림축산식품부장관이 광장시장 시음 홍보 행사장을 찾아 중국인 관광객과 함께 담소하고 있다.

  
이에 농축산식품부는 현재 광장시장과 팔도의 막걸리를 접할 수 있도록 막걸리협회와 시장상인협회의 업무 협약을 추진하고, 시장에서 사용되는 식재료는 농협안성물류센터 등에서 품질이 보증된 제품들이 사용되도록 지원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농림부가 이처럼 해외 관광객을 대상으로 막걸리 홍보에 나선 것은 우리 막걸리의 다양성과 우수성을 널리 알리고 귀국 후에도 막걸리 등 우리 한국 음식을 찾는 기회를 늘리기 위한 것이다.

특히, 최근 중국 중산층을 중심으로 안전성이 높은 한국의 농수산 식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이번 홍보 시음 행사는 중국으로의 막걸리 수출도 촉진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농축산식품부에 따르면, 특히 올해 2월 중국 내 생막걸리 위생기준이 개정되면서 막걸리의 대중 수출 가능성이 커졌다는 전망이다. 이는 대일본 수출에 편중된 막걸리 수출 시장이 중국 시장으로 다변화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대중 막걸리 수출은 2010년 912천 달러, 2011년 127만2천 달러, 2012년 141만8천 달러로 해마다 증가 추세이다.

시음 행사를 지켜보는 내국인들은 한결같이 외국인 대상 막걸리 홍보를 반기는 분위기였다.

종로 광장시장 먹거리존에 있는 빈대떡 매점. 앞으로 막걸리와 전을 연계하는 필수 관광코스가 본격 개발될 전망이다.

 
막걸리 시음 홍보 현장에서 만난 외국인들은 우리 전통주 막걸리에 대한 인지도가 상대적으로 높았다. 도리어 중국인 관광객들이 막걸리에 대한 이해와 관심이 부족한 것으로 보였다. 이에 이번 국경절을 맞아 중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집중적인 홍보 시음 행사는 매우 시의적절했다는 평가이다.

하지만 좀 더 적극적으로 판촉을 겸한 시음 행사로 이어졌으면 하는 아쉬움도 있다는 지적이다. 우리 막걸리를 아끼고 좋아하는 내국인들이 진정 중국인들을 제대로 대접하려면 중국 규모에 맞는 행사로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들이 많았다. 대대적인 행사 규모가 아쉬웠다는 것이다. 농축산식품부는 앞으로 막걸리 외에도 한국의 우수한 농수산 식품을 알리기 위해 중국인 등 외국인들이 많이 찾는 주요 관광지를 중심으로 거점 홍보 등 길거리 마케팅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정책기자 이혁진(직장인) rhjeen0112@empa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