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설날 아침이면 필자의 본가는 알록달록함으로 가득 찬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곱게 매무새를 가다듬은 한복을 꺼내 입고 덕담과 새해 인사를 나누기 바쁘다. 많은 식구들이 한복을 입고 북적거리니 마치 옛날로 돌아간 것 같기도 하고 ‘아, 내가 한민족이구나.’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런데 이날이 지나면 꼭 한 번씩 서운함 감정이 들곤 했다. 그것은 바로 설날 하루만 입고 다시 옷장 깊숙이 정리해서 넣어두어야 하는 한복 때문이었다. 어찌 보면 우리 민족의 지혜와 삶이 깃든 찬란한 문화유산 중 으뜸이라고 할 수 있는 한복을 연중행사처럼 볼 수 있다는 게 아쉬웠던 것이다.
하지만 올해부터는 한복이 다시 우리 곁으로 한 발짝 가까이 다가올 수 있음을 기대해 볼만 하겠다. 바로 ‘한복진흥센터’가 문화체육관광부의 한복 진흥 사업을 추진해온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의 부설기관으로 새롭게 출범했다. 한복진흥센터는 서울 인사동 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내에서 업무를 시작한다.
지난 6월 17일 오후 3시부터 문화역서울 284에서 그 출범식이 개최된다고 해 반가운 마음에 현장을 직접 찾아가 봤다. 한복의 문화적 가치 제고와 한복 산업 활성화를 위한 중추적 지원기관으로서의 한복진흥센터 출범을 축하해주기 위해 많은 한복인들과 일반 시민들이 행사장을 방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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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복인들과 일반인 약 15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출범식의 문을 여는 ‘한복인의 꿈, 열다’란 영상이 공개되고 있다. 현장에 있는 다양한 한복인들이 참여한 영상으로 “나에게 한복은 뭐지?”라는 질문에 각자의 대답을 보여주고 있다. |
이날 출범식에는 유진룡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비롯해 최정철 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장, 조효순 한복단체총연합회 회장 등 주요 관계자들이 모두 한복을 입고 참석해 자리를 더욱 빛냈다.
유진룡 문체부 장관은 축사에서 “이번 한복진흥센터의 출범에는 우리 한복에 대해 애정과 자부심을 가지고 노력해주신 많은 한복인들의 공이 크다.”며 “앞으로 한복진흥센터가 한복에 대한 우리 국민들의 인식을 바꾸고 조사·연구를 통해 한복을 더욱 발전시켜나가 정말 세계에서 자랑스럽고 아름다운 우리의 옷으로 만들어나가 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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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진룡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축사를 하고 있는 모습. |
한복단체총연합회 조효순 회장도 축사를 통해 “한 벌의 한복은 말없이 한국과 한국인을 잘 상징해주고 우리 민족의 정체성을 잘 표현해주는 옷”이라며, “오늘 온 국민의 숙원이었던 한복진흥센터가 출범하게 돼 한복인의 한 사람으로서 매우 반갑게 생각한다.”고 기쁜 마음을 표현했다.
이렇게 많은 이들의 축하를 받으며 출범한 한복진흥센터는 한복을 우리의 문화상징으로 구현한다는 비전 아래 문화교육사업을 통해 한복을 ‘입어야 하는 우리 옷’으로, 현대 흐름에 맞는 한복 디자인 개발과 신진 인력 양성을 통해 ‘입고 싶은 우리 옷’으로, 한복대표 축제 육성과 해외 패션쇼 개최 등의 해외 진출을 통해 ‘세계가 입는 옷’으로 육성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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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의 최정철 원장이 한복진흥센터의 향후 비전과 활동방향을 설명하는 시간을 가졌다. |
즉, ‘입어야 하는 우리 옷’, ‘입고 싶은 옷’, ‘세계가 입는 옷’의 세 가지 한복진흥센터가 추진할 사업의 중점 방향이라고 할 수 있다. 이를 위해 한복진흥센터에서는 다양한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먼저, 사회적 분위기를 조성하고 한복에 대한 우리 국민들의 인식 개선을 통해 ‘입어야 하는 우리 옷’으로서의 한복을 만들고자 초등학교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찾아가는 한복 교육을 추진하고, 민간단체가 가진 전문성과 아이디어를 지원하기 위해 다양한 사업을 공모할 예정이다.
두 번째로 ‘입고 싶은 옷’ 한복을 위해서는 ‘New-한복 개발 프로젝트’를 통해 일상에서도 입을 수 있는 한복을 만들고, 공감 캠페인으로 한복에 대한 인식을 바꿔갈 것이다. 또한 창의적인 신진 한복 디자이너를 발굴·육성하기 위해 입고 싶은 우리 옷 공모전을 진행할 예정이다.
마지막으로 한복을 한국의 대표적인 아이콘으로 만들어 ‘세계가 입는 옷’으로서의 한복의 위상을 높여나간다는 복안이다. 이를 위해 시민들이 함께 즐기고 누릴 수 있는 대표 한복 축제 기반을 마련하고, 각 지역의 한복 축제를 지원할 것임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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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범식을 마치며 이날 참석한 주요 내빈들과 시민들이 함께 모여 한복을 아끼고 지켜온 국민들에게 “고맙습니다”라는 문구를 스마트 기기에 띄우는 이벤트를 진행하기도 했다. |
한편, 이와 같은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게 될 한복진흥센터의 센터장은 최정철 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장이 겸임하게 된다. 패션디자이너 서영희 씨가 예술감독을 맡고 패션계, 학계, 산업계, 언론계 등을 아우르는 총 9명의 운영위원단이 또한 구성됐다.
출범 원년인 올해에는 한복 생활화 기반을 조성하기 위해 한복이 생활 가까이에 다가가고 시민들에게 특별한 경험이 될 수 있는 사업들을 다양하게 추진한다고 해 큰 기대가 되고 있다. 한복계의 오랜 염원이 담겨져 이렇게 많은 이들의 축하 속에서 출범한 기관인 만큼 한복진흥센터가 앞으로 훌륭한 우리 민족의 문화유산인 한복에 대한 관심과 인식을 제고하고, 한복의 산업적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전문적인 활동을 해나가줄 것이라고 믿는다.
아마 이른 시일 안으로 1년에 단 하루 설날뿐만 아니라 생활 속에서 즐거운 경험으로, 특별한 경험으로 한복을 입을 수 있게 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이를 위해서는 지금 우리가 가진 한복에 대한 인식부터 조금씩 바꿔나가는 것이 먼저가 아닐까 생각한다. 불편하고 어떤 특정한 날에만 꺼내 입는 옷인 한복이 아니라, 찬란하고 아름다운 문화유산으로서 우리 한국인이 누릴 수 있는 자랑스러운 의복 문화인 ‘한복’으로서 말이다.
정책기자 한아름(프리랜서) hanrg2@naver.com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