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의 부르심의 결단

코스타몰에서 카비텍스 하이웨이를 타고 가노라면 바다 위에 수상 가옥이 끝없이 펼쳐집니다. 이 길을 몇 차례 지나 다니다가 문득 직접 찾아가 보고싶어 졌습니다. 어느 날 저와 아내(전미식 선교사)는 아무 정보도 누군가의 도움도 없이 조용히 이곳을 방문하게 됩니다. 이 동네 사람들은 외국인이 이 외진 곳에 온 것이 무척이나 신기한 지 모든 마을사람들이 우리를 구경하고 있었습니다.

가난에 찌들어 보이는 한 아주머니와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이분은 9명의 자녀를 낳았고 이 아이들은 아무도 학교에 다니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자신이 가장 힘들었던 때가 아이가 너무 아픈데도 병원에 가지 못해 끝끝내 자신의 품에 안겨 죽는 순간이었다고 고백합니다. 자신이 살고 있는 집으로 우리를 데려가 주었습니다. 한 평 정도로 보이는 다 무너져 가는 창고 같은 곳에 10여명이 살고 있는데 주변은 온통 쓰레기장이었고 악취 또한 대단했습니다. 순식간에 동네는 아이들이 모여들고 우리는 어떻게 해야할 지 몰라 당황하고 있었습니다. 이때 이 아주머니가 하신 말씀이 귓전을 때리고 마음에 맴돌게 됩니다. “당신이 이곳에 오셔서 우리들을 도와 주세요.” 이 말씀이 주님의 음성으로 들려왔습니다. 그때부터 이 곳은 학교, 교회, 병원, 놀이터 하나가 없는 지구의 마지막 땅 끝 마을처럼 제 가슴속에 다가왔습니다.

이제 남은 인생 마지막 한번의 기회에 이 빈민촌에서 이들을 돌보다가 인생을 마감할 수 있을까? 나의 명예와 소유를 주님을 위해 모든 것을 포기할 수 있을까? 언제 낯선 괴한에게 죽을 지도 모르는, 아무도 찾지 않았던 이 땅에 주께서 나를 보내신 이유는 무엇일까? 아무도 이 곳에 선교하라 명령하는 이도 없고, 우리 선교부가 이 빈민 지역에 선교하라는 지시도 없었지만, 이 무거운 부담감을 가지고 가야 하는 길이야 말로 종의 길이 아닌가?

그 동안 신학대학에서 교수, 학장으로 편안하게 살 수 있는 길을 포기하고, 힘들고 어렵게 살아가는 고난 받고 소외된 사람들을 위해 사역을 시작한 지 25년의 세월이 흘렀습니다. 한국에서 수감자 사역, 노숙자 사역, 병원 사역, 그밖에 고난 받는 사람들이 섬기는 교회에서 목회하며 평생을 살았습니다. 그런데도 주님은 저를 다시 흔들어 깨워 북한과 중국 선교에 보내 주셨고, 그곳에서 헌신하다가 추방된 신세가 되었습니다. 여전히 저는 나그네와 외국인처럼 광야로 이끌어 가시는 하나님이 있음을 다시 실감합니다.  분명 이 길이 주님의 기쁨이 될 수 있다면 내가 이 순교자의 길을 걸어가야 하지 않겠는가? 그날 밤 저는 주님 앞에 무릎을 꿇고 내 십자가를 지고 다시 이 광야의 길로 나아가기로 결단을 했습니다.

땅 끝 사람들의 이야기

필리핀의 바꼴(Bacoor) 지역 슬럼가에서 살아가는 수상마을 사람들. 일명 보트 피플(Boat People). 한 평의 땅이 없어 바다 위에 거주하면서, 겨우 대나무 몇 개에 몸을 의지하며 살아가야 하는 사람들 입니다. 마닐라가 계속 발전하여 빈민 지역에서 개발이 되어 가는 와중에, 이들은 밀리고 밀려 여기 땅 끝에 와서 바다 위에 집을 짓고 살게 되었습니다. 인생의 벼랑 끝에 살아가는 사람들이 대부분으로서 매우 위험한 범죄 지역으로 언제 무슨 일이 일어날 지 예측조차 어렵습니다. 오랫동안 이 많은 사람들이 밀집하여 살아가는 곳임에도 다른 선교사들은 감히 이 위험한 지역에 교회를 개척할 생각을 하지 못했습니다. 신분이 보장되지 못하여 극단적인 행동도 서슴지 않는 이 마을사람들이 두렵기도 했습니다. 여전히 이들은 한 가닥 희망도 없이 하루하루를 근근이 살아가고 있습니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교회나 학교, 병원, 놀이터 등의 복지시설도 전혀 갖춰져 있지 않습니다. 아무도 찾아주는 이 없고, 함께 고민을 나눠주는 이 하나 없는, 말 그대로 땅 끝 마을입니다..

2014년, 20만이 넘는 필리핀 바꼴(Bacoor) 빈민 마을에 복음과 빵을 가지고 황무지에 백합화가 피는 하나님 나라의 희망을 가지고 선교의 첫 출발을 하였습니다. 많은 주변사람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순수한 초대교회의 복음의 열정과 선교의 모형을 가지고 찾아 왔습니다. 그리고 거리에서 예배를 드리며, 이 지역과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공동체의 형성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그들의 요구에 부합하고자 노력해 왔습니다. 무지개 프로젝트라 명명한 이 사업에서는 식량지원과 음식 나누기, 학교 보내기, 무료 진료와 방역 사업, 집 없는 사람들에게 살 곳을 마련해 주는 건축 사역과 집 수리, 대나무 다리 공사, 깨끗한 우리 동네 만들기, 자매결연 사업 등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교회의 개척은 아주 순조롭게 진행되어서 우리는 이제 길거리에서 예배를 드리고, 먹거리를 나누기 시작했습니다. 길거리 교회로부터 출발하여 창고, 공장 마당, 집 뜰, 바랑가이 활동실에서 예배가 진행되어 각각 믿음 교회, 소망 교회, 사랑 교회, 횃불 교회로 다시 세워지게 되었습니다. 2개 교회에는 새 건물이   들어서게 되고, 아직 나머지 2개의 교회는 바랑가이 활동실에서 예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