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한 박사, 샬롬나비 학술대회서 ‘정치적 영성’ 강조
샬롬나비(회장 김영한 박사) 제7회 학술대회가 22일 오후 서울 방배동 백석신학원에서 ‘한국교회의 사회적 책임’을 주제로 열렸다. 이날 김영한 박사가 기조강연했고, 곽혜원 박사(21세기 교회와 신학포럼 대표)·문시영 교수(남서울대)·최일도 목사(다일공동체 대표)가 발제자로 나섰다. ‘교회의 사회적 책임: 신학적 성찰’을 제목으로 기조강연한 김영한 박사는 “기독교가 한국사회에 들어와 130여년 만에 중요한 제도종교로 성공적으로 자리잡은 가장 주된 이유는, 암울한 조선 말 조국의 개방과 근대화·민주화·산업화에 적절한 이념과 동력을 제시했기 때문”이라며 “무엇보다 하나님 앞에 사민(四民)평등이라는 근대적 시민의 가치관을 도입하고 서구의 학문과 기술을 가져와 학교와 병원을 설립하는 등, 한국의 근대화에 결정적 기여를 하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정치적 영성, 모든 개혁주의 신자들의 사명 김 박사는 이어 “당시 기독교 지도자들은 애국지사들이었고, 지식인들이었고, 인격적 수양이 된 양식있는 선각자들이었다. 이들은 3.1운동을 주도했고, 일제 강점기에 신사참배를 반대하여 독립과 애국정신의 중심이 되었다”며 “기독교는 한국사회에 사회적 책임을 갖고 참여하여 독립을 이루고 반공정신의 토대가 되었고, 민주와 자유의 중심이 되었다”고 설명했다.
김 박사는 “그런데 2010년 이후 한국 기독교가 양적으로 성장하고 물질적으로 풍요해진 나머지 교회와 교단의 직책이 하나의 권력으로 탈바꿈하면서, 교회세습과 교권쟁탈에 눈이 어두워 사회적 책임을 도외시하는 사태가 생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김 박사는 예수의 삶에서 사회책임적 자세를 읽을 수 있다고 역설했다. 그는 “예수는 좁은 의미에서 정치에 관여하지 않았으나 넓은 의미에서 인간 공동체에 참여했다”며 “정치는 좁은 의미에서는 정당을 만들고, 정책을 발전시키고, 법령을 선포하고, 권력을 지니고, 한 국가나 사회를 통치하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예수는 정치를 하지 않았다. 그러나 넓은 의미에서 예수의 사역은 정치적이었다”고 말했다. 김 박사는 “예수는 인간 공동체의 삶에 참여해, 죄책에 빠져 불행해진 인간을 구원하시고 풍성한 생명을 얻도록 하셨다. 그리고 그는 제자들을 이 세상 공동체에 보내시고 사람들을 구원하도록 하셨다”며 “예수는 하나님 나라를 선포했고, 하나님 나라의 새로운 가치 체계를 선포하셨다. 이것은 옛 공동체에 대한 도전이었고, 그의 가르침은 정치적 함의를 지녔다. 예수의 하나님 왕국 사상은 로마왕권에 대한 도전으로 간주되었고, 그는 정치범으로 고발되었다. 예수는 십자가 죽음으로 이 세상의 죄를 대속하셨고, 부활하심으로 새로운 하나님 나라를 여셨다. 이 세상의 대속과 구원이 그의 사회적 책임이었다”고 강조했다. 이어 교회의 ‘사회봉사’에 대해 언급한 김 박사는 “교회의 사회봉사는 교회가 스스로 의롭고 풍족하기 때문에 자기 의로움의 표현으로 이웃에게 무언가를 나누어 주는 것이 아니다. 교회의 사회적 행동은 오늘도 역사 속에서 불평등하고 불의한 사회여건을 구조적으로 쇄신하시기를 원하시는 하나님의 사역에 참여하는 것”이라며 “(그러므로) 교회의 사회봉사는 단지 사회사업의 차원에 머물지 않고 사회선교적인 차원으로 나아가야 한다. 그것은 개혁주의적 행동(a reformed action)으로서 하나님의 사랑과 은혜에 대한 인격적인 응답”이라고 역설했다. 김 박사는 또한 “공공 사회영역은 전적으로 선한 것도, 전적으로 다 악한 것도 아니다. 신자들은 이러한 선악이 공존하는 깨어진 사회 속에서, 공공의 의를 세워나가는 데 협력해야 한다”며 “이에 정치적 영성이 신자들에게 필요하다. 그것은 정치인으로서 공공의 일을 맡고 있는 자에게만 아니라, 모든 개혁주의 신자들에게 문화적 명령으로 요청되는 사명이며 책임”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가오는 새로운 세기를 예비하면서 한국교회의 선교는 개인주의적 구원이나 사회정치적 해방에 편향되어서는 안 된다. 다가오는 하나님의 통치를 기다리고 이 하나님 나라의 복음을 선포하면서, 한국교회는 말씀의 선포와 문화의 변혁을 불가분리적인 짝으로 수행해야 한다”며 “양자는 서로 분리될 수 없다. 그것은 신발의 짝과 같다. 그러나 순서는 말씀의 선포가 우위성을 가진다. 말씀의 선포 없는 사회봉사나 사회참여는 맹목적이다. 그것은 하나의 사회행동주의에 그칠 뿐이다. 그런데 섬김, 사회참여 없는 말씀의 선포는 공허하다. 그것은 죽은 신앙이다. 섬김은 말씀의 선포 속에서 그 이념과 방법을 발견해야 한다. 사회를 향한 섬김은 하나님 말씀의 선포에 기초해야 하고, 그것의 결실이 되어야 한다. 이 때 섬김은 진정한 복음적 사회 봉사요 사회참여일 수 있다”고 역설했다. 영성과 사회책임, 결코 상호 배타적이지 않아
한편 이날 발제자 중 한 명으로 참여한 최일도 목사(다일공동체 대표)는 ‘한국교회의 사회적 책임의 한 사례-밥퍼나눔운동과 도시 빈민선교를 통해’를 제목으로 발표해 눈길을 끌었다. 최 목사는 “그 동안 교회는 성령과 성령의 은사를 너무 강조하면서 위로부터 오는 하나님의 은혜, 축복, 선물, 표적, 기사에 관심이 많았다. 그러나 이제는 ‘아래로부터의 영성’도 함께 실천해야 한다”며 “‘아래로부터의 영성’은 나 자신과 ‘지금 여기’라는 삶의 자리에서 출발한다. 나 자신을 떠나서, 나의 밖 그 어디 먼 곳에서 하나님을 찾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 목사는 기독교인의 사회적 책임에 대해 “영성과 사회적 책임은 결코 상호 배타적이지 않다. 상호 대립관계가 아니라 상호 보완, 협력 관계라 해야 옳다”며 “아는 것과 행하는 것, 믿는 것과 사는 것이 별개가 아닌 것과 마찬가지다. 신자 한 사람 한 사람이 영성의 깊이와 넓이를 더해갈수록 그의 사회적 실천도 강화될 것이다. 동시에 사회적 실천에 마음을 기울이고 사는 가운데, 영성이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조화와 균형을 갖추게 된다”고 말했다. 최 목사는 “그러므로 성도는 기도하면서 노동하고 노동하면서 기도하듯이, 영성과 사회적 실천이라는 기독교 신앙의 두 전통을 잘 붙들고 개인과 공동체 안에서 보다 더 성숙하고 온전한 그리스도인으로 살아가야 할 사회적 책임이 있다”고 강조했다. |
